“[CEO&STYLE] style talk- CEO SUITE 그룹 미킴(Mee Kim) 대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하며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뜻한 바를 이뤄낸,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수식어는 진부할 수 있다. 하지만 미킴 대표가 걸어온 삶, 그녀가 이야기하는 희망은 결코 진부하지 않다.
CEO 중의 CEO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구속되기를 싫어하는 사수자리여서일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세계명작전집을 책장이 닳도록 읽으며 바깥 세계에 대한 환상을 키웠던 미킴(한국 이름은 김은미) 대표는 넓은 세계에 대한 갈망을 주체할 수 없어 24년 전 한국을 떠났다. 당시 신의 직장이라 불리던 외국계 은행에 취직했지만 사회가 정해놓은 안전지대와 안정적인 월급은 반복되는 업무에 대한 지루함과 창의적인 것에 대한 갈증보다 우위에 있지 못했다. 1987년 겨울, 유학을 반대했던 부모님 몰래 야반도주하듯 그렇게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그녀가 지난해 초, 다국적 기업의 CEO가 되어 금의환향했다. 그녀가 대표로 있는 CEO SUITE는 기존의 서비스 오피스 비즈니스에 경영 관리를 접목해 차별화를 추구한 다국적 회사. 아시아 7개국 8개 도시 12개 지점에서 사무 공간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직원 채용 및 비서 업무, 회계, 법률 등 회사 운영에 관한 모든 제반 사항과 인적 네트워크까지 서비스하다 보니 델, 인텔, 워너브러더스, 프라다, 야후, 롤스로이스, SK 등 40개국의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미킴 대표가 다국적 기업 CEO들의 창업 및 경영 활동을 돕는 ‘CEO 중의 CEO’로 올라설 수 있었던 가장 큰 핵심은, 항상 남과 다른 선택을 하려 노력했던 겁 없는 도전정신이었다. 안전하다고 믿는 곳이 어쩌면 나를 잠식시키는 무덤이 될 수 있다는 걸 일찍이 깨달았던 그녀였기에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떨칠 수 있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그 자체예요. 공수부대원들이 앞이 보이지 않는 새벽에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훈련을 할 때 사망하는 경우는 바다에 빠지거나 사고가 나서가 아니라 심장마비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예요. 두려움 때문에 질식하고, 포기하고, 힘들고, 아픈 게 더 많거든요.”
연매출이 340억에 이르지만 그녀는 비즈니스의 목적을 금전에 두지 않는다. 단지 돈이 목적이었다면 아시아에서 부동산 임대 사업을 해 편하게, 큰 수익을 냈을 터. 하지만 그녀는 고생을 사서 한다. 새로운 국가에 지점을 낼 때마다 맨땅에 헤딩하고 울고 괴로워하면서도 열정을 태울 수 있는 그 ‘상황’을 즐기는 것.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짜릿하게 일어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날선 순간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그녀의 이름은, 미킴이다.
예쁜 여자가 좋다 가방 하나 들고 무작정 떠난 호주 유학 시절, 미킴 대표는 친구들 사이에서 ‘미스코리아’로 불렸다. 옷값을 아끼느라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입고 다녔던 정장에 하이힐을 신고 캠퍼스를 누벼 붙여진 별명이다. 웃지 못할 과거 덕에 지금은 반드시 TPO에 맞게 의상을 고른다는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가 곧 회사의 이미지이기에 출근할 때는 물론 슈퍼마켓에 갈 때조차 스타일링에 신경을 쓴다. 그녀가 추구하는 이미지는 현대 여성의 세련미에 고급스러운 편안함을 더한 것. 다리 선의 맵시를 살리면서도 종일 신어도 큰 통증 없는 지미추의 스틸레토 힐, 우아하면서도 활동하기에 편한 도나카란이나 캘빈 클라인의 슈트 등을 즐긴다. 둔탁하긴 하지만 편안한 발리의 슈즈나 동양인의 체형에 잘 어울리는 오브제의 옷도 좋아한다. 데이&나이트 혹은 파티웨어로도 변신이 가능한데다가 출장을 위한 편안한 룩으로도 제격인 레깅스는 미킴 대표가 최근 편애하는 아이템. 변신을 위해 즐기다가 애착을 갖게 된 모자와 드롭형 귀고리는 짧은 헤어스타일 때문에 찾게 된 아이템이다. 연이은 미팅과 회의에 각종 서류와 책 한 권이 넉넉하게 들어가는 오버사이즈의 백은 필수고, 잦은 출장 때문에 늘 트렁크 안에는 여러 색상의 원피스와 구김이 없어 실용적인 저지 소재의 톱, 레깅스, 스카프, 서너 종류의 액세서리, 편안한 발레리나 슈즈, 간단한 메이크업 도구 등이 상비되어 있다. 그녀는 직원들에게도 자신을 사랑하고 아름답게 가꾸라고 당부한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든 여성은 무엇을 하든 본인이 상상하는 대로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말과 함께.
“멋진 스타일을 갖추기 위해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라이프스타일과 본인의 일을 동시에 표현해줄 수 있는 것에 취향이 어우러졌을 때, 비로소 진정한 ‘스타일’이 완성되거든요.”
나누고 소통하는 장 CEO SUITE의 전화번호는 02-2010-8888이다. 20대와 10대를 팔팔한 글로벌 리더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욕심과 회사의 비전을 담은 번호다. 아시아 각국에서 들어오는 강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 <대한민국이 답하지 않거든, 세상이 답하게 하라>(위즈덤하우스)를 쓴 것도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취업과 진로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의 미래 설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자신이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헤매다 보면, 사방으로 흩어져 있던 점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을 거예요.” 글로벌 리더를 키우기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차원에서 고객사 CEO들과 대학생들의 일대일 매칭을 준비하고, 중3 학생부터 50세에 이르기까지 멘토링을 원하는 이들의 온라인 모임을 오프라인화시킴으로써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도 하는 미킴 대표는 전공을 살려 사회복지도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배움의 농장을 설립해 고아 청소년들의 재활 교육과 생활을 후원했고, 책 수익금은 전액 해비타트 집짓기 운동에 기부해 벌써 12채의 집을 지었다. 한국 지사 오픈식에는 화환 대신 기부금을, 고객 기업사와 함께하는 연말 파티 때는 도네이션과 함께 기부금을 받아(고객사가 낸 기부액과 동일한 금액으로 CEO SUITE가 또 기부하는 형식)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베푸는 삶을 조금씩 실천해가는 그녀는 요즘 재즈 레슨을 받는다. “저는 음치, 박치, 몸치라 열등감을 갖고 있는데, 이제는 나의 내면에 도전하고 나의 DNA를 바꿔서 좀 더 활발하게 살아보려고요. 평생 일하고 공부만 하느라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이 더 많지만 올해에는 음치도 극복하고, 물 공포증을 떨치고 수영을 배워서 스킨스쿠버를 하러 가는 남편과 아들의 여행에도 따라나서볼 생각이에요.”
자신의 삶이 누군가의 꿈과 용기가 되길 바라고, 베푸는 삶을 통해 사회복지를 실천하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언제나 자기 스스로에게 매력적인 슈퍼스타이고픈 여인, 미킴. 한국 지점이 안정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그녀는 또다시 ‘안전벨트’를 풀고 앞이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파도 속으로 뛰어들겠지만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추구하는 ‘뷰티풀 라이프!’가 아닐까. editor 평은영 photographer 이철 reference books <대한민국이 답하지 않거든, 세상이 답하게 하라>(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