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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메이트 구하다 번뜩! 연매출 340억 CEO로”

김은미 CEO스위트 대표

짠순이 유학생에게 일주일에 80달러(8만9000원)인 집값은 까무러칠만 했다. 집값을 나눠 낼 룸메이트가 필요했다. 하지만 곳곳에 핀 곰팡이와 다 떨어진 벽지, 어디선가 바퀴벌레가 튀어나올것 같은 퀴퀴한 냄새…. 이런 상황에서 룸메이트 구하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다. 그녀는 구석구석에 살충제를 뿌렸다. 묵은 때를 벗겨내고 벽지도 새로 발랐다. 구세군 회관을 찾아가 그곳에 기증된 쓸만한 가구를 골라 들여왔다. 돈을 아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뜯고 고치고 만들고 꾸미다보니 집은 꽤 그럴듯하게 변했다. 드디어 룸메이트가 생겼다. 방은 70달러에 룸메이트에게 내주고 그녀는 거실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24년 후 단돈 1달러에 덜덜 떨던 그 유학생은 연매출 3천만 달러(340억원)를 올리는 기업 CEO 로 성장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꿈꾸는 기업인을 대상으로 ‘CEO SUITE’를 운영중인 김은미(Mee Kim) 대표 이야기다. 그녀는 사업 모티브를 ‘룸메이트 구하기’에서 땄다고 말한다. 지금도 룸메이트를 열심히 구한다. 그녀가 벌이고 있는 사업은 기업이나 전문인을 상대로 사무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피스 서비스업이다. 한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필요한 기업 신고부터 사무실 마련, 인력채용, 시장조사까지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비즈니스 아웃소싱’이다. 1997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7개국 11개 지점을 세우며 연 3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리고 오는 15일, 한국에 입성한다. 12번째 지점이다. 지난 2일 그녀가 입국했다.

◇웬만하면 때려치우기?

그녀의 첫 직업은 은행원이었다. ‘내 사업’ ‘내 일’을 하고 싶은 생각에 잘 다니던 은행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는 마케팅 공부를 위해 무작정 호주로 떠났다. 이 후 100군데가 넘는 현지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동양인이란 이유로 늘 문전박대 당했고, 절망감에 매일 밤 울었다. 그러다 현재 이 분야의 상장기업 중 하나인 ‘Servcorp’에 입사했다. 8년을 근무했다. 동남아 최고 책임자의 자리에도 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동양인은 일단 기회 자체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여성이란 이유로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내고도 인정을 받지 못했고 그것이 나에게 회의감이 들게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하이힐로 깰 수 없는 유리천장을 실감한 것이다. 또다시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곤 ‘내 회사’를 만들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CEO SUITE 1호점’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창업 후 한 달만에 외환위기가 덥쳤다. 믿었던 직원이 그녀의 사업방식과 시스템을 그대로 본 따 똑같은 사업을, 그것도 바로 그녀의 회사 앞에서 시작하는 등 위기가 끊이지 않았다. 누가 봐도 결코 순탄치 않았을 이 과정, 그런데 그녀는 이를 “탄탄대로였다”고 표현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남이 보는 위기가 내겐 기회였다”고 그녀는 말했다.

◇백점 CEO, 빵점 엄마

가 족 이야기를 물었더니 “진짜 빵점이다”며 웃음부터 터뜨렸다. 그녀는 “일과 가사일 모두를 완벽히 해내는 우리나라 여성들을 존경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남편은 자카르타의 한 골프장에서 만났다. 심심하니 함께 치자는 남편의 제안으로 시작된 인연은 “나와 함께 영원히 골프를 쳐주지 않겠소?”라는 프로포즈로 이어졌다. 12살 아들을 뒀다. 하지만 잦은 해외출장으로 집을 비우는 그녀에게 육아와 살림은 사업보다 훨씬 어려운 숙제와도 같다. 오히려 남편이 더 잘했다. 남편의 든든한 ‘외조’ 덕분에 일할 때 만큼은 걱정없다고 한다. 대신 일이 없는 날은 늘 가족과 함께 하며 열심히 ‘내조’중이다.

한국에 올 때마다 TV출연과 특강 제의가 물밀듯 들어온다. 웬만하면 모두 소화하려고 한다. 자신을 찾는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메일함도 언제나 꽉 차있다. 그녀의 조언, 자문을 듣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각지의 젊은이들이 메일을 보내온다. 그런 그들을 위해 지난 1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대한민국이 답하지 않거든, 세상이 답하게 하라’를 출판했다. 이 책을 통해 하고픈 말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자기 안전지대를 확장시켜야 한다. 그릇이 큰 게 잘못인가? 내 그릇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며 “‘괜찮아 다 잘 될거야’라는 말도 이젠 위험하다. 잘 될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라고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편집국=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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