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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답하지 않으면 세계가 답하게 하라”

연세동문회보 이달의 여동문
2010년 11월

도전!
김은미 동문의 삶을 축약하는 단어다.
호주로의 유학 결정이 첫 번째다. 글로벌 커리어를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티은행에 입사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일은 서류와의 씨름이었다. 마케팅 석사 학위를 얻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유학을 갔다. 호주를 택한 건 형편상 집의 후원을 기대할 수 없어서다. 호주는 아르바이트가 가능하고 영주권 신청 기회도 줬다. 뉴사우스웨일즈 경영대에서 석사를 땄다.

졸업과 함께 두 번째 도전을 결정했다. 여성에게 문이 닫혀 있는 한국보다는 호주에 남기를 원했다. 이력서 1백여 장을 돌렸다. 합격 통지는 딱 두군데, 다국적 기업인 허친슨텔레콤과 현지 중소기업인 서브콥. 회사 이름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택했다. 서브콥은 호텔업과 비슷한 오피스업무를 지원하는 회사다. 마케팅, 인사, 회계, 관리 등에서 두루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그곳을 골랐다. 호주, 태국, 인도네시아 등을 돌아다니며 7여년을 일했다.

세번 째 도전은 창업이다. 아시아 지역 이사로 승진하고 억대 연봉도 받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유리 천장이 가로 막았다. 이방인인 한국인에게, 그것도 여성에게 더 이상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간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퇴직금과 수년간 모은 저축,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와 남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1997년 인도네시아에 본사를 둔 즉석 사무실및 사무서비스를 제공하는 CEO SUITE 을 창업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외환 위기가 터졌다. 2년 동안 불임치료를 받다 포기했던 임신이 마침 그때 됐다. 그래도 CEO SUIE는 두 번의 경제 위기에도 살아남아 전 세계 7개 도시에 11개점을 갖춘, 연매출 3백억 원의 회사로 컸다.

어쩌면 도전의 모티브는 ‘여자’였다.
“사무실을 내고 싶어도 쉽지가 않았어요. 일 년치 임대료를 선불로 내겠다고 해도 젊은 여자에게 일급 사무실을 선뜻 내주는 임대주가 드물었죠. 어렸을 땐 ‘너희 사장 오라고 해. 너 말고…’ 이런 말도 수도 없이 들었어요.”
육아 문제도 만만치 않았다. 시어머니와 유모 등의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아들과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이 마음 쓰인다. “주말에나 잠시 보던 아들이 내가 아니라 유모만 찿을 때면…그야말로 가슴이 찢어졌죠.”
그래도 그를 이해해 주는 남편을 만난 건 행운이다.
“남편이 프로포즈 했을 때 난 밥도 살림도 못하는 여자라고 솔직히 말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난 살림하는 여자가 아니라 당신이 필요해.’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15년 동안 밥 한번도 안 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죠.”

사회복지를 전공했기 때문일까. 그는 지역사회활동도 열심이다. 인도네시아 거리 청소년들의 재활을 돕는 배움의 농장을 설립했다. 빈민가정 대상으로 한달에 집 한 채 지어주는 헤비타트운동도 최근 시작했다. 모교 사회복지학과에 장학금을 기부해 ‘김은미 장학재단’도 만들었다.

김동문은 다음 달 창업과정을 담은 ‘대한민국이 답하지 않으면 세계가 답하게 하라’는 책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기회가 없다고 울고만 있지 마세요. 길이 없으면 만들고, 한국이 좁으면 밖으로 나가세요.” 그가 후배들에게 전하는 당부다.

-고란(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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